주연 소년배우가 '데뷔작' 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보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주인공인 제이미역을 맡은 소년배우 '오웬 쿠퍼' 가 이게 데뷔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게 4화밖에 안되는 굉장히 짧은 단편 수준의 드라마이기는 한데, 합쳐놓으면 사실상 러닝타임 3-4시간짜리 영화라는걸 생각해보면 굉장히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14-15살 정도 되어보이는데, 그 나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그 심리적인 불안정성이 가득한 모습과 생각 같은걸 너무나도 잘 표현해줘갖고 호감이었다. 제이미의 아버지로 나왔던 배우도 인기배우는 아닌 거 같다만, 뭔가 우리세대 아버지를 정말 딱 연상케하는 느낌이 들어갖고 연기를 잘했구나 생각이 든다.
강력범죄의 '가해자 집안' 에 포커싱을 맞춘 작품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베이스로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원래는 범인이 흑인이라고 함) 보통 이런 강력범죄류의 사건들은 피해자를 포커싱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게 일반적인 클리셰이다. 가해자에 포커싱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보통 뭔가 탐사보도 느낌으로 진행이 된다.
근데 이 드라마는 원테이크? 롱테이크? 기법으로 카메라를 끊지 않고 쭈-욱 길게 촬영을 하는데, 가해자로 지목이 된 '제이미' 가 경찰에 의해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강제적으로 구속을 당하는 장면부터 시작을 한다. 무장한 경찰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엎드리고 무장해제하라고 하고, 제이미를 찾아내어 미란다의 원칙을 읊은 후 신상을 구속한다.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 아들이 경찰차에 실려 끌려가는 것을 봐야하고, 이후 제이미 및 제이미의 가족들은 '가해자' 및 '가해자의 가족' 의 입장이 되어 어떻게 국가기관에 의해 다뤄지는지를 관객들이 보도록 한다.
여태 수많은 범죄 관련 작품들을 봤지만, 이런 식으로 가해자+가해자 가족들이 포커싱 된 채 촬영을 하는 작품은 이게 아마 처음 접하는 거 같다. '미국' 혹은 '영국' 이라서 (이게 영드라고 하던데), 가해자로 지목된 용의자에게 이렇게 강하고 딱딱하고 갑갑하기까지 한 모습까지 보여주는데, 한국에서는 반대로 피해자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줄 거 같아서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기존 세대와 너무나도 다른 'MZ 세대' 들만의 불안정성, 따돌림, 고립, 자존심 등에 대한 조명
사건에 특별한 반전은 이외로 없다. '제이미' 가 가해자로 지목이 되어 잡혀갔지만, 사실 알고보니 뭐 누명에 씌인거였고 뭐였고 어쩌구저쩌구 이런게 보통 추리/범죄 드라마의 클리셰인데 이건 실제 범죄사건을 베이스로 해서 그런걸까? 그냥 '제이미' 가 범인이 맞았다. 무슨 뛰어난 명추리력을 지닌 형사들이 머리를 맞대어 간신히 찾아낸 것이 아니고, 제이미는 허술한 거짓말을 했고 주변에 깔린 cctv 등을 통해서 제이미가 피해여학생과 마지막으로 접촉해서 심하게 싸우는 장면까지 다 찍혀나오게 되면서 사실상 '빼박 상태' 가 되어버린다.
근데 이 드라마의 초점은 '제이미가 여학생을 죽였다' 가 아니다. 왜 죽였냐? 이다. '제이미' 는 얼굴도 잘생기고, 학교도 잘 다니고 역사에 관심도 많고 딱히 모나지도 않고 가정사가 크게 문제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제이미가 죽인 여학생은 뭐 제이미와 크게 엄청나게 갈등을 주고받던 한 하늘아래서는 같이 못사는 그런 원수의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뭐 정신병이 심하게 있다거나 그런것도 없고 마약을 한 것도 아니다. 도대체 왜 제이미는 이 여학생에게 강한 공격성을 보여주면서 살해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여기서 'MZ 세대' 들만의 심리적 불안정성, 그리고 mz 세대식 따돌림이 등장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몇 번 비슷한 사례를 봤다. 요즘은 하두 직접적으로 따돌림을 하거나 패거나 하는 것은 너무나도 대놓고 티가 나고 선생, 부모 등이 적발하기도 쉬우니까 애들이 작전을 바꾼다. 요즘 mz 세대들, 기존 세대와 가장 다른게 뭔가? 그 어린 시기에 '스마트폰', '인터넷' 등과 인생의 동반자로 사는 것이다. 특히 어린 시기? sns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실의 소통창구이자 타인, 동년배들과 만나는 사회성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까 한국만 보더라도 '카톡 지옥, 따돌림' 같은 사례가 있었다. 카톡 단톡방, 단체톡방 같은데서 특정 이지메를 하기로 결정 난 애가 뭔 메세지를 적든지간에 철저하게 씹어버린다든지 톡방에서 단체로 공격하고 비아냥거린다든지 말이다. 그 애가 빈정 상해갖고 톡방을 나가거나 하면 이지메를 하려는 애들이 계속 그 애를 강제로 톡방으로 초대하거나 해서 못나가게 가둬버린다. 그렇다고 이 애는 스마트폰을 놓을수도 없다. sns 을 탈퇴할수도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빠져나갈수도 어디 가서 말할수도 없는 감옥에 갇혀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주인공 '제이미' 가 이런 카톡 따돌림 같은 것을 당한 케이스이다. 극중에서는 카톡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인가? 외국 sns 가 나오긴 하지만, 궤는 비슷하다. 제이미는 이른바 '인셀'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여기서 인셀이란 말을 모를 수도 있겠는데, 인셀이란 '비자발적 솔로' 를 말한다.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베타메일, 도태남 정도로 바꿔 말할 수 있겠다. 어렵게 돌려돌려 말하는데, 쉽게 말해서 죽은 여학생을 포함한 그 여학생들과 의견을 같이한 그 학교 학생들이 제이미를 인셀취급을 하면서 공격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넌 평상 ㅅㅅ도 못할 찐따남이야 ~ 너드남이야 ~ 도태남이야 ~ ) 뭐 이런거 말이다.
게다가 요즘 유튜브, sns 등에서 남성성을 강조하는 유튜버들이 좀 많던가? 작품에서는 '앤드류 스테이트' 라는 유명 유튜버가 나온다. 격투기 출신의 빡빡머리 남성인데, 남성성을 강화하지 않는 남자들에 대해 비난과 조롱을 퍼부으면서 니네가 나처럼 남성성을 기르지 않으면 도태남이 되는것이고, 도태남은 평생 ㅅㅅ도 못하고 그냥 베타메일이 되어갖고 계집한테 무시당하고 사는거다 뭐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이다. 반페미니즘을 이슈로 해서 주둥이를 털었다가 고평가를 받으면서 떡상한 해외 유튜버인걸로 알고 있음.
질풍노도의 시기인 학창시절의 남학생들이 이런 유튜브, sns 등에 적든 크든 영향을 무조건 받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에 마음 속 어딘가에 유리조각처럼 박혀있는 상황일 것이다. 근데 거기에 고춧가루를 뿌리듯이 진짜 여자애들이 자신을 인셀취급하고 무시하고 베타메일취급을 해버리니까 제이미 입장에서는 그냥 뭐 이성을 잃고 빡 돌아버린게 아닌가 .. 뭐 이게 사건의 전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가족의 잘못인건가? 아버지의 잘못? 누구의 잘못인가?
제이미의 아버지는 자책한다. 여기서 제이미의 아버지는 대략 한 50대 정도로 보인다. 연령대가 솔직히 좀 안맞긴한데, 제이미가 둘째, 막내아들이고 딸이 한 20대인걸로 보면 586 세대라고 취급해도 될 것이다. 586 세대는 지금 mz 세대하고는 확실히 세대차이가 심하게 난다. 아예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봐도 좋을 지경이다.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
제이미 아버지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도 처음 겪는 '아버지의 역할' 이다. 제이미아빠 본인은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면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되, 자식에 대해서는 자기가 어린 시절 겪었던 무서운 아버지의 체벌에 대한 그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맹세, 주문을 건 '아들에게 절대 체벌 금지' 라는 공약을 잘 지키면서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mz 세대가 스마트폰 / 인터넷 / sns 에서 어떤 생각을 접하고, 어떤 불안정성을 겪고, 어떤 고충을 겪고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서 나오는 흑인 경찰아저씨 역시 마찬가지. 이들은 아들과 같은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sns,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자식들이 무슨 영상을 접하는지 무슨 용어를 접하는지 무슨 따돌림을 당하는지 이런걸 알 수가 없다. 일일히 알아보고 외우고 할 시간도 없고 말이다. 일해야할 게 아닌가? 자기도 먹고 살고,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하는데 말이다.
아버지의 잘못인가? 제이미의 잘못인가? 그것도 아니면 엄마? 누구의 잘못일까? 앤드류 스테이트의 잘못일까? '인셀' 의 잘못인가? 이 드라마에서의 핵심 포인트는 그냥 단순히 '제이미란 소년이 여학생을 죽였습니다 끝이에요' 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그 이면에 숨겨져있는 너무나도 복잡한 요소들이 이러한 사건을 또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가? 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인셀 취급'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이미가 너드이든 도태남이든 뭐든 그건 타인들이 결정할 게 아니다. 제이미란 소년이 어떤 여자를 만날지, 진짜 살면서 여자를 만날지 말지 이러한 것들은 다 엄연히 운에 달린 것이다. 스스로의 기회창출을 위한 노력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운에 달린 것에 대해 다 똑같은 사람들이 뭘 판단하고 뭘 단정하고 뭘 평가하고 뭘 취급한단 말인가?
물론 그런건 있다. 요즘 세대는 여자들이 너무 정조관념이 없어진 거 같기는 하다. 무슨 고대-중세시대 마냥 여자들보고 정조대 차란 소리는 아니다.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너무 뇌절급으로 정조관념이 없어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일반 남성들 입장에서 결혼제도, 혼인제도는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 압도적인 손해를 그나마 okok 하고 넘어가게 하는게 뭐던가? 여자들의 정조 아니던가? 나에게 처음을 줬다는 그 고마움과 미안함? 이 심적인 감정은 정말 가격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귀중한 것이다. 요즘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이러한 것을 솔직히 줄 수 있는가? 이게 좀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들한테 '인셀' 어쩌고 하는 것도 좀 웃기다. 아니 진짜 막말로 어느 나라든지간에 남자들이 여자를 정말 못만나서 성욕을 못푼다고 생각하는건지 .. 그 발상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아니 막말로 돈주고 사먹어도 여자를 먹은 거 아닌가? 100명이고 200명이고 지폐 가슴골에 꽂아주면 질내사정도 시켜주는게 여자들 아니던가. 그렇다고 '진정한 사랑?' 요즘 같은 무정조 관념의 시대에서 진정한 사랑이 과연 몇프로나 될라나 .. ? 이것도 의문 아닌가 .. 처녀성이 꼭 진정한 사랑의 증표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꽤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의미, 증거 아닌가? 나는 제이미 같은 소년이 왜 저런걸로 타겟이 됐어야하는지 참 .. 그랬다.
결론
이것저것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좋았고, 너무 루즈하지 않고 딱 쉼없이 몰아쳐서 4화에 깔끔히 끝냈다는 점도 좋았다. 뭣보다 촬영 기법이 최근 잘 보이지 않던 방식이어갖고 신선해서 좋았고 배우들 연기력도 좋아갖고 뭐 흠잡을 게 딱히 없었다. 추천할만한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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