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인사건에서 퍼져나가는 검찰청&경찰청 공무원들의 정치극, 인간상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맛' 이라고 한다면 바로 검찰청&경찰청의 주요 인물들간 각자의 정치극과 인간상일 것이다. 완전한 선역으로 나오는 '배두나' 와 '황치묵 캐릭터' 를 제외하고서는 나오는 메인 인물들이 전부 각자의 사정, 생각에 따라 사건을 추적하고 범인을 좇으며 정치극을 펼친다.
16화라는 1쿨 타임 동안, 관객들은 도대체 누가 진범인가? 아무리 봐도 범인은 뻔해보이는데? 하면서 쫓아다니다가, 범인을 알고나서도 도대체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기에 이 진범에 속하는 사람이 이러는걸까? 에 대해 되묻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는 여러가지 상념에 휩쌓이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썩 좋아하진 않는데, 하두 이 작품이 명작-명작- 타령거려갖고 넷플릭스를 통해 이참에 관람을 해봤다.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배우진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감 죽지 않으면서 다양한 가지치기를 하면서 드라마 제목처럼 '비밀의 숲' 을 형성하게 하니 재미있었다.
각 메인 캐릭터들은 뭐랄까 ... 하나의 성격을 인간화 시킨 거 같았다. 가령 남주인공 '황치묵' 의 경우에는, 과거의 뇌수술로 감정 관련한 요소가 절제당해서 사이코패스마냥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제거된 설정으로 나온다. 이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객관적이고 AI 와 같은 시점에서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황치묵' 의 선배이자 초중반 빌런으로 나오는 '서동재' 는 어떤가? 그는 극심한 학벌 컴플렉스를 갖고 있고, 가난한 집안에서 홀몸의 어머니를 모셔야하기에 어떻게든 검찰청에서 살아남아 자리를 잡기 위해 부정부패에 해당하는 짓이라도 들이박을 수 있고, 기업가 회장한테 무릎도 꿇을 수 있으며 자기를 존나 무시하는듯한 태도를 보였던 후배한테도 다시 샥샥 커넥션을 할 수 있는 '유연함+영악함' 의 대가로 나온다. 이런 캐릭터 설정이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롭게 잘 이루어졌다고 본다.
두번째로는 스토리 설정이다. 보통 이런 추리, 수사물같은 경우 그냥 매 편마다 다른 에피소드가 진행되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c.s.i' 라든지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수사물을 보라. 에피소드식으로 진행이 된다. 근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박무성' 이라는 검찰쪽과 스폰서짓을 하던 브로커가 누군가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살인사건 하나를 두고 이야기가 쭉 진행 된다. 하나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비밀의 숲' 을 헤처나가다 보니까 점점 가려져 있던 다양한 가지들, 가시들이 드러나게 되는 그런 형국을 보여준다. 이것도 참 한국에서 보기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빌런? 으로 나오는 '이창준' 이 던져주는 관객들에 대한 메세지?
극중 빌런? 으로 나오는 '이창준' 캐릭터이라든지 극중 빌런2로 나오는 '윤과장' 이란 캐릭터 등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생각할 거리가 있다. 바로 '사적 제재' 에 대한 것이다. 이 두 캐릭터는 사회적 시스템의 부실함으로 인하여 빌런들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것에 대해 분노하고, 자신들이 이를 사적 제재로 해결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사적 제재' 논란이 많았다.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한 가해자들 신상을 1인 유튜버들이 털어갖고 멋대로 얼굴, 이름, 하는일, 주소 등등 신상유포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게 정말 시원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적 제재권한을 가진 경찰&검찰도 안하는 짓을 일개 일반인이 멋대로 해도 되는거냐? 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 드라마에서도 '사적 제재' 를 한 빌런이 둘이나 나온다. 먼저 '윤과장' 의 경우, 자신의 사랑스러운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이 버스 교통사고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죽는 비극을 겪는다. 근데 그 사건을 파헤쳐보니 단순 사고가 아니라, 원래 운송을 해선 안 되는 부실관리버스 & 부정부패 운송회사가 브로커들 스폰서짓을 통해서 공무원들의 눈감아주기를 받고 운영을 했고 그 버스기사마저도 원래는 운행 중 휴대폰 보다가 사고낸 전과도 있어서 운행을 맡기면 안되는데, 운행을 맡겼고 .. 가드레일 관리쪽도 부정부패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시스템의 부정부패에 빡돈 윤과장이 자신이 칼을 들어야하겠다 하고 결국 자기인생 포기하고 범죄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
'이창준' 은 어떻던가? 이 사람은 원래 선량하고 정의감이 가득차있던 검사였다. 근데 젊은 새내기 검사시절, 우연히 국밥 한 끼를 얻어먹게 되고 그 과정 중에 그 밥을 사준 기업가가 자신에게 고가의 지갑까지 선물을 해주게 되면서 점점 본인도 그 늪에 빠져들게 된다. 이왕 이렇게 된거 자신이 그 비리의 바다에 헤엄치면서 그물을 촤-악 펼친 다음에 마지막에 자기가 폭탄을 터뜨려서 일망타진하겠다 .. 뭐 이런 계획의 '사적 제재' 를 한다.
이 두 빌런에 대해서 '황치묵' 과 '배두나' 는 이렇게 대답한다. 윤과장에게 배두나는 '당신같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을 잃은 부모가 대한민국에 수두룩한데, 그 사람들은 그럼 등신이라서 칼부림안하고 어떻게든 이겨내고 인생을 살아가려고 하는거냐? 당신같은 사적제재 범죄자들 때문에 그 노력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부모들이 다 도매급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게 생겼다 .. 이게 맞냐?'
이창준에 대해 황치묵은 '그는 시대가 낳은 괴물이다. 그는 부정부패한 시스템에 대해 절망하고 자신이 이를 해결하고 단죄하고자 했지만 .. 그 누구도 이창준에게 그런 사적 제재와 단죄의 권한을 주지 않았다. 결국 헌법, 법을 통해서 수사와 단죄가 이루어져야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사적 제재' 를 일개 개개인이 할 수 있다면 .. 그 나라는 살기 너무 힘들지 않을까? 사적 제재를 하기 쉬운게 과연 가난한 사람일지, 육체적으로 힘이 강하거나 정치&권력이 있는 사람들일지 .. 조금만 생각해봐도 ;; 당장 극소수의 그 불쌍한 사람들 사례를 본다면 당연히 나도 열받고 슬프고 하지만 .. 그 1%의 사건 비극 때문에 나라 전체가 매일매일 불안감과 공포로 떨어야하는건 뭔가 좀 그렇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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